컨텐츠 감상 스터디 - 2025년 1월 3주차

 

 

 

아래로 스포일러들이 있음
스토리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중구난방하며 좋아하는 캐릭터 중점입니다

 

 

 때는 2019년… 홍련의 해방자라는 느자구 없는 스토리와 실망스러운 운영 이후로 저는 이 게임을 접었습니다. 이날부터 안 해야지, 이건 아니고요

 큰 실망 → 접률 확 줄어듦 → 부대에 사랑 싸움?이 생겨서 부대 터짐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 생략할게요) → 지인이 영식 헬퍼로 부를 때만 들어감 → 접음

 이런 순서였어요. 나름 하드 컨텐츠도 즐겼었는데 좀처럼 다시 시작할 마음이 생기질 않더라고요. 그러던 중 지인이 권유해줘서 같이 새 캐릭터를 만든 후… 좋아하는 외형의 캐릭터를 구경하며 깔짝거렸는데… 본격적으로 복귀한 건 1월 초?예요. 마침 휴재 기간(이라고 쓰고 시즌 2 준비기간이라고 읽음)이 2~3주 정도 잡혀서요. 한가해질 타이밍이라 스토리가 있는 게임을 하려면 지금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두 번 다시는 안 할 게임이라고 생각해서 주변 사람들이 스포일러를 해도 그러려니… 하고 살았어요. 원체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니면 거의 기억을 못 하는 성격인 바람에 엄청나게 많은 정보들을 접했지만 스토리에 대한 스포는 수정공이라는 캐릭터의 정체나 에메트셀크? 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외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답니다. 그리고 저는 이게 가장 큰 스포일러인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니더라고요? 하지만 당연한 게 칠흑의 반역자에 나오는 캐릭터가 수정공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이 있어서 좋은 의미로 당황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게 된 캐릭터는 얘인데요.

 

 

 왼쪽 캐릭터입니다. 이름은 '아씨엔 에메트셀크'고요… 첫인상은 직장동료가 커미션 받아달라고 했던 캐릭터다!! 였네요. 외에는 아무런 정보값이 없는 상태였는데 이런 캐릭터를 사랑하게 되는 건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각설하고 다시 주제로 돌아오자면 칠흑의 반역자라는 메인 스토리가 진행되는 곳은 빛으로 인해 멸망해가는 세계예요. 그리고 관통하는 주제는 이름=이정표좋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라고 생각해요.

아래는 칠흑 내내 반복적으로 나오게 되는 수정공의 대사입니다.

 

 

 주제에 대해 의식하게 된 건 중후반부터예요. 가장 최초로 어라~?! 싶었던 건 중요 NPC도 아니고 스쳐지나가는 마그누스라는 캐릭터였어요. 이 캐릭터는 아내를 잃은 후로 돌아갈 곳이 사라져서 어디로도 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런 설정을 정말 좋아해서 쭉 곱씹으며 플레이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다른 캐릭터를 조금 더 섬세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수정공도, 린도, 에메트셀크도 이정표를 가지고 있고 야슈톨라와 함께 있던 밤의 주민들은 모두 명명석(자신의 진짜 이름과 새로 지은 밤의 이름을 새긴 돌)을 가지고 있어요. 거듭되는 이정표에 대한 대사들과 명명석이 생각보다 더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점에서 칠흑의 반역자라는 스토리의 주제가 무엇인지 정말 친절하게 알려주려 했다고 생각해요.  (원초 세계로 돌아올 때도 명명석의 원리와 알라그의 기술을 이용해서 기억과 혼을 담음)

 

 

 한편 아르버트는 아주아주예전에 나왔던 '어둠의 전사' 캐릭터인데 이번에 재등장하게 되었어요. 저는 너무 예전에 스토리를 진행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기 때문에… 지인에게 설명을 듣고 따로 검색하며 기억을 더듬은 후에 메인 스토리를 진행했습니다.

 아르버트는 죽어서 영혼…? 상태인데요. 그런 어중간한 상태로 나홀로 여기서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나… 대체 무엇을 이정표로 삼아야 할지 알 수 없는 미아였어요. 그런 아르버트는 빛의 전사(플레이어 캐릭터)의 모험을 지켜보며 자신이 왜 여기에 이런 형태로 함께하고 있는지 깨닫고, 본인 스스로가 빛의 전사의 이정표가 되어줬는데…

 

 

 반면 엘리디부스는 아르버트나 에메트셀크와는 또 다르게 이정표를 잃은 미아예요. 저는 이걸 이름에 얽매여서 끔찍 AI처럼 임무만 하고 있다고 값싸게 표현했었는데 (죄송) … 틀린 말은 아닌듯. 함께하던 사람들을 돕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데 그런 사람들이 다 죽어서 어디로도 돌아갈 수 없게 됐어요. 그래서 이 스토리를 보면서도 너무 슬퍼서 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와중에 본인이 죽기 전에 엘리디부스를 위해 이정표(엘리디부스가 손에 든 기억 크리스탈들)를 남기고 죽은 에메트셀크를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나네요…

 

 그리고 에메트셀크는 정말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니까 마지막에 소개하려고요!!

 

 

 위 사진 4장은 템페스트라는 바다 아래에 있는 '아모로트'라는 고대의 도시예요. 에메트셀크가 사랑한 과거의 도시인데 정말 아름답게 묘사되고… 모든 NPC가 여길 봤을 때 왠지 눈물이 난다거나, 잘 생각나지 않는 약속을 기억해야만 하는 느낌이 든다거나, 돌아갈 곳이라고 여기게 된다거나… 이런 식으로 묘사해요. 영혼에 새겨진 유토피아 같은 곳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아요.

 

여길 너무 사랑해서 NPC도 만들고 친구도 만들고 이런 자아도 집어넣어줬다고…?

 그런데 이런 대규모 도시가 진짜가 아니고 에메트셀크가 환영으로 만든 도시예요. 정말 많은 마력이 든다는데 이렇게 유지하는 이유가 오로지 너무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곳이기 때문이라니… 말이 안 된다(=슬퍼서 미치겠다)고 생각했어요. 첫인상은 그냥 이번 스토리의 악역. 이었는데 이렇게 외로움을 타는 캐릭터인 줄 몰랐어요. 에메트셀크를 좋아하게 된 건 조금 더 이전부터였지만 사랑하게 된 건 여기에 오기 바로 직전 시점부터인듯…

 

 

 평범한 악역이라기보단 에메트셀크도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 보고 싶고 돌아가고 싶어했던 거죠… 사실상 에메트셀크는 모든 이들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 것 같아요. 근본이 성실하다는 언급도 나왔었고 아래 같은 대사도 보면… 엉엉

 

 

 근본이 성실하다고 했었는데 그런 점에서 이런 말을 하고 죽은 게 아닌지… 아니 근데 전 부활을 바라고 있거든요 어떻게 안 되려나요?

 

 

 그리고 에메트셀크 본인 캡쳐는 미처 못 했지만 에메트셀크가 남겨준 크리스탈에 대한 대화는 남아있어서 첨부해요. 제가 간절히 바라니 도와주러 온 에메트셀크를 보고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서 눈물이 났습니다… 조만간 다시 가서 캡쳐 후 이 포스트에 백업해둘 것 같아요.

 

 아무튼 정말정말 재미있게 끝냈는데 저만 재미있는 감상문이 된 것 같네요!? 그리고 쭉 기록하며 플레이한 게 아니라서 남아있는 기록이 없기 때문에…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만 감상문을 남기게 되었어요. 심지어 초반에는 캡쳐도 잘 안 해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네요. 벌써 기억이 휘발되고 제가 좋았던 부분만 기억나기 시작해서요… 다음에는 일기라도 쓰며 플레이할까 싶습니다.

 

 여러분께도 추천드려요!! 저는 여태까지 나온 파이널판타지 14 스토리 중에서 가장 취향이었어요. 대사도 정말 좋았고 스토리도 굉장히 좋았어요. 물론 앞의 스토리를 다 스킵할 수 없어서 꽤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겠지만요… 저도 밀린 걸 해야한다는 게 압박으로 다가와서 스토리 진행을 한 6년 미룬듯…

 

 

 

번외 (1)

 

에메트셀크가 야 너 나랑 우리 집에서 데이트 할래? 했는데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싹~ 다 데리고 다같이 약속장소(에멧 집)로 가고있는 빛전 어떤데

 

에메트셀크: 

ㅋㅋㅋ

 

 

번외 (2)

 

대체 저는 누구일까요… 휘틀로다이우스가 저를 '그립고도 새로운 너'라고 불러서요. 1/14 아젬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나중에 정체를 알게 되면 좋겠네요

 

 

번외 (3)

 이노센스 토벌전 이후에 진행되는 메인퀘스트의 제목은 하나의 구절로 이어진대요.

 빛을 가져오는 자(光をもたらす者 )는, 무대 위에서 가장 불쌍한 배우(舞台上で最も哀れな役者). 맨 끝에 늘어서서(最果てに並ぶ), 사라지지 않을 희망의 노래(消えることなき希望の唄), 폭풍우치는 바다로(嵐多き海へ), 바다 밑에서 기다리는 건(海底で待つは), 그들의 도시(彼らの都), 빛은 불멸일지니(輝きは不滅なりて), 등불이 밝혀진 땅(明かりの灯りし地), 어떤 세계의 종말(ある世界の終末), 그 자의 결말(その者の結末)은, 칠흑의 반역자(漆黒のヴィランズ). 라고 합니다. 전 이걸 에메트셀크라고 생각해서 백업차 올려둬요.

 무대 위에서 가장 불쌍한 배우 이거 누구냐고 엉엉 울었는데 에메트셀크라는 걸 알고 나니까 기분이 너무… 엉… 엉엉…

 

 

나라바 오보에테이로... 를 모른다고? 아아ㅡ 이 세계는 되다 만 것들 뿐이다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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